흐르는 별 삼미 슈퍼스타즈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흐르는 별의 마지막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여전히 6월의 햇살이 뜨거웠던 것은 기억나지만, 내가 그 별의 뒷모습을 향해 '안녕, 슈퍼스타여'라는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아주 멀리서.

  분명 북대서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북태평양이라 생각하기에 그것은 너무나 먼 곳으로부터 온 것이었기에) 서늘한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한참이나 그 외야의 무인도에 앉아 있었고, 이제 다시는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을 - 그 가볍고 초라한 부메랑의 '휙'하는 소리를 오랫동안 듣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가. 이윽고 그 소리마저도 작고 까만 하나의 점이 되어 멀어져가는 기분이 들었을 때 '착' 나는 조성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가볍고 초라한 어깨는 공기의 저항을 가르는 부메랑의 날개처럼 - 가늘게, 아주 가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맙소사.

  "너 우냐?"

  "몰라…… 그냥."

  놈은 울고 있었다. 뭔가 말을 건네려 했지만, 하염없이 뺨을 흘러 내리는 눈물을 보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결국 실컷 울도록 내버려두었고, '착' 하고 얹었던 어깨 위의 손을 거둬들였고, '휙' 하며 증발하는 놈의 눈물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날의 오후는 그 눈물과 함께 증발하고 있었다. 구장의 청소원이 우리를 내보낼 때까지, 세상은 오후가 증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이나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한 것이었다.

  운동장을 나오니 배가 고팠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조성훈을 데리고 근처의 중국집을 찾았고, 가엾은 친구를 위해 평소보다 호탕한 목소리로 자장면 곱빼기를 주문했다. 이상하게도 완두콩이 박혀 있지 않고, 대신 딱 그만큼의 채로 썬 오이가 한 줌 얹혀 있던 그날의 자장면에는 과거를 돌이켜 보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었다. 돌이켜 보니 과연 우리의 과거는 자장처럼 깜깜한 것이었고, 마치 입 속 한가득 자장면을 물었을 때처럼 - 씹으면 십을수록 자꾸만 목이 메어오는 것이었다. 누군가 이 면을 잘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자장면의 내부처럼 어두운 표정의 친구를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이보희 주연의 "「무릎과 무릎 사이」를 보러 가지 않을래?"였다.

  조성훈은 말없이 동의했다. 머리를 끄덕인 것은 아니었지만, 또 그것은 자장면 위에 얹힌 오이채끼리의 교신과도 같은 것이어서, 나는 친구의 동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우리는 시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뉘엿뉘엿 늑장을 부리며 손님을 싣던 그 버스는 몇 명의 아저씨와 몇 명의 아줌마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수많은 무릎과 무릎 사이에서, 우리의 마음은 오이채처럼 가늘고 촉촉하게 떨리고 있었다.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中

Posted by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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