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디론가 무작정 가고 싶어한다면 그곳은 모르긴 해도 이래야 할 것이다. 정신의 고향쯤으로 느껴지는 곳, 살면서 배운 몇 가지 습관과 형식이 일제히 무너지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인도다.

 

인도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문득 연애하고 싶어진다는 선배를 알고 있다. 그 아이들 눈빛에 자신의 모든 걸 걸어도 자신의 생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과장스레 말하는, 오래오래 인도에 있으면서 그 충동을 쉽사리 떨칠 수 없었다는 여자 선배.

 

당신은 당신이 주인이었던 많은 것들을 모른 척하지는 않았던가.

 

싫어하는 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많을 거란 생각을 한다, 너는. 설탕과 선글라스와 개와 죽음과 웃음을 싫어한다, 너는. 햇살 속에서 빛으로 반짝이다 곧 녹아 문드러질 것만 같은 것들에 대해 네가 많은 적의를 지니고 살듯 너의 모든 것들도 빛난다. 잠깐이지만 아주 대견스럽게도 빛이 난다. 하지만 너의 그러한 것들까지도 사랑하지는 않는다. 여러 번 너를 들여다보다 말고, 들여다보다 말고 하던 나였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으므로. 너와 내가 잠시 머물던 그곳, 유난히 해가 지는 시간이 길어서 그 핑계로 네가 나를 오래 안고 있었던 그곳, 강을 차지한 사람들이 연기를 피우는지 뭔가를 익히는 건지를 분간 못하던 시간에 우리는 참으로 말하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내가 너를 몇 번이고, 안으로 했지만 네가 나를 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태어난 건, 우연의 힘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므로 기억될 가치가 적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았고 그렇게 떠나는 것은 인류에게 더없이 기억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므로 일일이 그 날짜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너는 말했다.

 

오늘 오랜만에 밥이 먹고 싶어서 쌀 파는 곳을 겨우 찾아낸 다음 쌀을 사서 밥을 하고 계란 프라이 두 개를 해서 들고는 가을 잎들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공원에 가서 먹었는데 나는 그 정도 행복이면 돼요. 달걀 두 개의 값과 양과 맛을 넘어서지 않는 행복.

 

몽상의 나라에서 한참을 떠도는 꿈. 그 꿈을 그리워하던 당신이 이곳으로 집을 옮긴다면 어떨까요. 마주치는 시선만으로 생기는 관계조차 만들지 않으려는 당신, 이곳에 도착해서야 당신 마음의 병도 나을 듯 싶습니다. 누워 엎드린 소를 닮은 이 섬에서 소의 눈망울을 하고 종일 바닷가에 나와 마음을 내어 말리는 건 어떤가요.

 

 

이병률 여행 산문집 끌림 中

여행 자극을 많이 해주는 책

창작의 자극을 아주 많이 해주는 책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에세이 중 하나

시인이라는 사실보다 여행가로 알려진 이상한 작가 이병률 산문집 끌림

아주 많이 끌림

 

Posted by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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