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 시간스릴러, 영화 열한시

 

 

 

 

개봉전 열한시에 대한 기대는 뜨거웠습니다. 뭔가.. 술렁술렁하는 분위기였죠.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SF스릴러 장르가 나온다니, 그것도 정재영을 필두로 나온다니,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하지만 영화 열한시가 개봉하고, 그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만큼 허점이 너무 많이 보였던 영화였지요.

 

 

 

 


열한시 (2013)

AM 11:00 
6.7
감독
김현석
출연
정재영, 최다니엘, 김옥빈, 이대연, 박철민
정보
스릴러 | 한국 | 99 분 | 2013-11-28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다들 영화 열한시를 보면서 똑같이 말합니다. 시도는 참 좋았다. 이처럼 색다른 장르에 도전했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하지만 생소하니만큼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스토리만 보았을 때는 아주 짜임새도 좋고 스릴러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고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직 역부족인 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내용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뭔가 허술한 느낌.

 

 

 '

 

 

뭔가 잘 만들어진 구조를 가질뻔 하다가 말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상황이 완벽하게 뒤집어지기 위해서 대원들의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이 한사람이 아닌 곳곳에 있어서 집중력도 흩어지고, 예상치못한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너무 느슨하게 반전을 주다보니 놀라움이 덜하더군요. 지루하다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아, 여기서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영화였던 건 사실입니다.

 

 

 

 

 

 

 

정재영은 타임머신을 연구 개발하는 팀의 리더입니다. 그러다 투자자가 타임머신 개발이 더뎌지자 손을 떼려고하자, 타임머신 실험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다시 투자를 받고, 한걸음 더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이지요. 하지만 아직 24시간 앞의 미래로만 갈 수 있는 그들은, 24시간 후 연구소가 폭파되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또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옵니다. 그래서 다시 과거로 돌아온 그들은 그 상황을 막기위해 애쓰기 시작하지요.

 

 

 

 

 

 

 

 

*스포일러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열한시를 보면서 허점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관객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정말 좋은 방법이지요. 그런 설정은 몰입도를 높이고 무언가 있다는 긴장감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의문을 이어가는 힘이 영화 열한시에는 부족했습니다. 심지어 하나의 의문을 길게 잡아당기는 힘도 부족한데 여러가지 의문을 던지다보니 관객은 그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주욱 당겨져서 해소가 되고 반전이 되는 끈기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또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이없이 당하고 어이없이 부딪힙니다. 관객은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어쩔 수 없이 트러블이 생기는 건 이해하지만, 개연성 없이 단지 스토리라인을 위해 이렇게 끼워맞추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화 리뷰를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인데, 좋은 영화는 언제나 캐릭터가 아주 뚜렷합니다. 하지만 역시 영화 열한시는 캐릭터에 뚜렷한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정재영은 다혈질이기도 하지만 배려심이 있기도 하고, 최다니엘은 주관이 뚜렷한듯 하지만 사랑에 약한것 같기도 하고, 유머캐릭터이고 사람들을 감싸줄 줄 알았던 줄 알았던 박철민은 갑자기 너무 감정적이고, 그래서 서로 감싸는 듯 하면서도 자꾸 부딪히고 그러다 다시 이해하고 사랑하고... 아주 제대로 뒤죽박죽에 일관성이 없는 캐릭터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에만 치중하다보니 인물과 개연성, 몰입도 등의 각종 요소를 신경을 못 썼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열한시 다보고 난 후에 느껴지는 별다른 감흥이 없지요. 생각하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정재영이 그들을 탈출 시켜줬으니 진한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최다니엘과 죽일듯이 싸우고 난리 쳐놓고, 김옥빈과 서로 화내고 싸운 다음 그렇게 하니,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것을 모두 물리치고 힘겹게 탈출에 성공했다면 카타르시스가 있었겠지만, 사람과 대립하다가, 그냥 잠깐 버둥거리다가 훅 탈출해버립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감흥을 느껴야할지, 탈출했다는 사실에서 감흥을 느껴야할지, 이야기에도 일관성이 없으니 감흥이 많이 흐트러졌지요

 

 

 

 

 

 

 

 

더구나 이베이에서 샀다는 최초의 MP3는 왜 나오는 것이며, 굳이 정재영의 사별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별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정재영이 타임머신에 매달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부각되지도 않고 그저 한번씩 언급될 뿐입니다. 절실함이 담기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지요. 아, 그리고 너무 답답했던 김옥빈의 행동. 미래의 자신을 만나고 온 그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CCTV를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고 그걸 안 보여주려고만 한다? 그게 아니라 오히려 CCTV를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어야죠. 24시간이나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영화 열한시를 보면서 왜? 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는 거 같네요.

 

 

 

 

 

 

뭐니뭐니해도 영화 열한시가 끝나고 머릿속에 남는 건 아인슈타인의 말, 나는 세상을 이해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 솔직히 제가 무지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굳이 이 대사를 중심에 집어넣었어야 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뭔가 완벽하게 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느낌? 너무 영화 열한시에 대한 불평을 쏟아낸 거 같네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색다른 시도, 신선한 도전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국형 SF 스릴러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근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