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사원

썩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고 흥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회사원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소지섭의 간지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작품이었거든요. 만약 이 영화를 소지섭이 주인공을 맡지 않았다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인기를 얻었을 겁니다. 그만큼 소지섭이 내뿜는 아우라와 그에게 딱 어울리는 캐릭터였습니다. 일반 회사처럼 보이지만 그곳은 살인청부회사,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킬러들. 설정 자체부터가 아주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 모두 제2의 아저씨가 나온다는 얘기를 했으니까요. 아저씨를 겨냥하고 나온 게 아니냐는 말도 많이 했구요. 분명 영화 자체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멋진 남자배우가 원톱으로 간지나는 액션을 뿜어내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니까요.

 영화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것 같습니다. 분명 영화 회사원과 아저씨는 큰 차이가 없는 포맷과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영화 아저씨가 훨씬 큰 인기를 누렸고 몰입도가 더 높으니까요. 아무래도 회사원에 비현실적인 요소가 더 커서 그런 걸까요? 가장 많이 들었던 회사원의 단점은 비현실성이었습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존재, 그리고 살인술로 연마된 수많은 사람들을 한명이 제압한다? 그것도 차근차근 한명씩 상대하는 것도 아니라 다수 대 1, 그리고 다수 대 1로? 그런데 주인공은 슈퍼히어로처럼 별탈없이 모두 제압하고 회사를 무너뜨립니다. 확실히 몰입도가 떨어지는 이유라는 이유겠지요. 요즘 관객들은 아예 판타지나 SF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현실성과 개연성을 굉장히 까다롭게 보거든요.

 이런 영화를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것이 지켜야할 여자입니다. 차가운 그 남자에게 나타난 소중한, 지켜주고 싶은 사람. 어쩌면 영화 회사원이 큰 흥행을 하지 못한 게 정석적인 요소와 멋진 요소가 모두 들어있긴 하지만 너무 뻔한 포맷을 한번 더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은 강하고, 지켜야할 사람이 생기고, 어쩔 수 없이 싸우는데 다 이기고, 그러면서 해피앤딩. 그래도 영화 회사원은 처음에 말했듯 소지섭의 간지가 덕지덕지 묻어있어서 볼 맛이 나는 영화였습니다. 고등학생 양아치를 제압하는 모습은 영상으로 짧게 편집되어 돌아다니기도 했지요. 역시 원초적으로 우리는 강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가지 영화 회사원을 보면서 느낀 것은,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이 중요하구나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면서 절대 평온하고 만족스런, 그리고 정상적인 생각을 영위하기 어렵습니다. 즉 정체성을 잃는 것이지요. (물론 대화를 한다해도 엉망진창인 사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꼮 지켜주라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런 관계를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당신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게 없다는 건 속편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건 아주 쓸쓸한 일입니다. 너무 소중하기에 지켜야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가 소중하고 사랑받는 대상이라는 것, 그게 사람이 사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영화 회사원에 대해 떠들어대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보지 않아도 되는 킬링타임용 영화가 회사원입니다. 그냥 소지섭의 간지에 취해보고 뻔한 구조에 뻔하게 빠져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까딱 잘못하면 참 오글거릴 수 있는 역할인데 소지섭은 무겁게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로 영화를 장악합니다.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맡은 배역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또한 가장 멋있었습니다. 영화 회사원이었습니다.

 

Posted by 근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