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당신에게도 있을 거고, 또 당신에게도 있을 거고, 그리고 당신에게도 있을 거고, 또한 저에게도 있습니다, 첫사랑. 아직 못해본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첫사랑의 기준이라는 게 참으로 애매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하지요. 혼자서 좋아한 건 첫사랑에 속하지 않는다, 둘 다 함께 좋아해야 된다, 아니다 혼자 좋아했더라도 그 마음이 크고 진심이었다면 첫사랑이다. 저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랍니다. 서로 함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진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사진은 영화 플립의 장면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첫사랑이 왜이리 떠오르는지... 가슴이 굉장히 설레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초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좋아했던 애, 정도로 기억하고 넘기겠지만 저는 그 애를 고등학교 졸업을 할때까지 좋아했거든요. 좋아한다는 말을 할 정도의 용기도 없었고, 또 여자와 대화하는 법조차 모를 때였으니 그럴만도 했지요. 그러다 대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를 가게 된거예요. 그때는 정말, 정말로 말을 해야겠다 싶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사귀게 되더라도 장거리 연애는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왜그렇게 절실했나 몰라요. 진짜, 진짜 첫사랑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친구라기에도 민망하군요. 기껏해요 문자 주고 받고, 가끔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게 다였는데 말이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 애는 제가 좋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별 마음이 없었겠죠. 그리고 그렇게 제 첫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저도 그애를 못잊고 여자를 안 만나고 그런건 아닙니다. 남못지않게 여자를 만나고 다니지만, 문득 어제 꿈에 걔가 나오더라구요.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꿈에 나와서 놀랐습니다. 그리곤 별 얘기없이 그냥 같이 있었어요. 근데 참 설레더군요. 이래서 남자의 첫사랑은 평생 간다고 하는가 봅니다.

 

 

 

 

 

 

 

지금은 저의 첫사랑을 친구로써 만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젠 여자로써 그 애를 느끼기보다 친구로써 많이 느끼지요. 그렇지만 그애를 보면 문득문득 그 첫사랑에 앓던 느낌이 기억나긴 한답니다. 진짜, 진짜 매력적인 아이거든요. 나이를 하나둘씩 먹다보니까 이성과의 교제를 할때, 여자를 만날때,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밀당, 심리싸움, 계산된 행동,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이러이러한 유머로 마음을 열게 하고, 이런 행동으로 이성적인 교감을 하고, 이때 이런 말을 해서 교제를 시작하고. 뭔가 속물이 되어가고 쓸데없이 어른이 되어가는 거 같다 마음이 아프네요. 어린 시절에 쭈뼛거리며 다가가지도 못하던 그 첫사랑, 멀리서라도 보면 가슴이 뛰곤 했던 그 첫사랑,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가지고 싶은데. 어릴 땐 흔히 이런 말을 들을 때 그런가? 하고 말았는데 그런 설렘을 잘 못 느끼는 나이가 되고보니 참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Posted by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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