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행] 강원도 폭설이 만든 설경

 지난 겨울에 정말 강원도에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정도로 눈이 많이 왔잖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많은 눈을 보니 즐거운 마음도 있었지만 나중엔 저희도 힘들고, 또 현지인들은 굉장히 고생이라는 말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강원도에 쏟아부은 폭설로 인해 강릉은 물론 강원도 구석구석 설경이 만들어졌지요. 천천히 걷기만 해도 모든 것이 장관이었던 그곳, 강릉의 설경을 함께 구경해보실까요? 참 안타까운 건 제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 별로 예뻐보이지가 않는다는 점... 그렇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가슴 시리고 입이 떡 벌어졌는지 모릅니다.

 질척질척한 눈이 아니라 온전히 눈 그대로의 형태로 쌓여 아무에게도 밟히지 않은 눈. 그 눈을 보고 있으면 순수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원래 수다가 많은 편인데 강릉 여행을 하면서, 특히 눈길을 걸으면서는 말을 거의 안 한 거 같아요. 여기도 눈, 저기도 눈, 눈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팔렸거든요. 일부러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밟고 가기도 하고, 드러누워보기도 했답니다. 가슴이 씻겨지는 느낌? 개운해지는 기분? 이제는 그만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강원도 사람들이 고생을 안 하는데, 그럼에도 이 설경을 놓치지 싫은 아이러니. 말그대로 눈이 온 세상을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길은 물른 나무, 집, 자동차 모두 뒤덮어버렸어요. 어찌보면 참 포근하고 따뜻해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발가락이 너무 시려웠지만요.

 아무리 대설경보, 특보를 내렸다해도 저희가 다니는 곳은 아무래도 인적이 있는 곳이다보니 그렇게 눈이 심하게 쌓여있진 않았어요. 제설작업이 계속 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약간 산길을 접어들 즈음 되니 강원도의 폭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전혀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거든요. 바로 위의 사진이 눈이 깊이인데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무릎까지 쌓여있었습니다. 대박이었지요... 그제서야 강원도 폭설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니, 철이 없는 거지요... 설경이 감탄스럽긴 했으나, 강릉 여행이 아니라 눈 나라 여행이긴 했으나, 걱정은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 겨울이 지나가서 안심입니다. 이제 서서히 날이 따뜻해지고 있으니까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의 설경을 찍어보았습니다. 창가에 맺힌 물방울에 초점을 맞추고 창 밖 풍경을 찍으니 굉장히 느낌있었어요. 아주 감성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원래는 이동 중에 휴대폰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강원도 근방을 이동할 때는 창밖에서 눈을 한번도 떼지 않았네요. 음악을 들으며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강릉의, 강원도의 설경을 구경했답니다. 자칫 잘못하면 눈물이 또르르 흐를 뻔 했어요. 하, 이게 진짜 기차여행이구나 싶더군요. 꼭 눈이 많이 쌓여서가 아니라, 이제는 창밖을 좀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엔 참 좋은 풍경이 많거든요.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강릉여행을 하면서 눈에 치였지만, 막상 이렇게 시간이 지나니 눈이 또 그립네요. 좋은 기차여행이었습니다.

Posted by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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