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흔적]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

솔직한 말로 요즘 세상에 시를 읽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제가 바로 그 손에 꼽는 인물 중 한명이랍니다. 시에 목을 맬 정도로 빠져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집을 사서 읽고 저도 시를 끄적여보곤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인지 저는 시인의 생가에 가면 감회가 남다릅니다. 괜히 문학의 정취가 더욱 짙게 느껴지는 것 같달까요? 거제도에 갔을 당시 들렀던 청마 유치환 생가 역시 저에게는 아주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가와 마찬가지로 청마 유치환 생가 역시 생가를 깔끔히 정돈해두고 당시의 물품들을 설치해두었더군요. 그리고 옆에는 청마 기념관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이곳에서 본격적인 글을 쓰고 시를 써내려갔는지. 하지만 청마 유치환의 흔적이라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아주 뭉클하게 다가오더군요. 아마 청마 유치환이라고 하면 갸우뚱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던 그 문구를 바로 청마 선생님이 쓰셨죠.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이제 알것 같으신가요?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이라 더욱 잔잔하고 평화로움이 가득해보였죠. 확실히 이런 곳에서는 시를 안 쓸래야 안 쓸수없겠다 싶기도 하더군요. 여러분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문구가 있을 정도이니, 청마 선생님의 시는 아주 빼어났습니다. 그의 진중함과 다양한 표현력은 하나의 경지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청마 유치환 선생님이 직접 썼던 자필 편지와 습작, 필적들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어릴 적엔 이런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참 지루하고 이해가 안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런 흔적들이나마 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듣기로는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 외에도 통영에 청마 생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사를 가신건지.. 그곳도 꼮 방문해볼 예정입니다. 그러면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에 청마 선생님의 대표적인 시 두편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깃발'과 '생명의서(1장)'입니다.

 확실히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에 가서 다시금 느낀 것인데, 시라는 건 역시 이해의 목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가 주는 이미지와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이 전달되는 높은 단계의 언어. 언어라는 것이 이렇게 고귀하고 묵직하고 깊게 섞이고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탄할 따름입니다. 눈물을 쏟을 정도의 감흥은 아니었으나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에 있던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왔지요. 사실 산방산비원을 가는 길에 우연히 청마 유치환 기념관을 발견하긴 했지만, 아주 가슴 벅찬 발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이상과 친하게 지냈다는 유치환. 그림은 이상 시인입니다. 천재와 천재가 서로 친구였다고 하니 괜히 더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꼭 거제도 청마 유치환 생가처럼 시와 관련된, 시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 오고나면 다시금 시가 절실히 좋아지곤 합니다. 오늘 밤엔 유치환의 시 몇편을 곱씹으며 잠들어야겠습니다.

 

Posted by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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