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와 만나다 (김영하 소설 원작 영화)

the body / 비상구 / 번개와 춤을

존경해 마지않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고 해서 아주 놀랐고, 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던 적이 몇번 있었거든요. 아쉽게도 the body는 원작이 기억이 안났고, 비상구와 번개와춤을은 정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원작과는 제목을 살짝 바꿔두었더군요. 영화로써 새롭게 각색되는 거라 그런 거 같았어요.

1. the body

소설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렸기에, 가장 재미없다고 평가를 받는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영하의 소설은 스토리가 아니라 내용가 대화,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로 살리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설로써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영화로 만들면 과연 스토리를 부각시켜야할지 소설적 분위기를 강조해야할지 말이죠. the body는 소설 영화와 만나다의 첫번째 작품인데요, 소설의 느낌을 많이 살려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흑백으로 이루어져있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요. 좋게 말하면 생각의 여지가 열려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당최 뭔소린지 알 수 없는 작품이었죠. 더미를 보면서 느끼는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을 오묘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몸이 전부인가, 혹은 아닌가. 아마 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거 같아요. 누군가는 공포로 볼테고, 누군가는 철학으로 볼테고 말이죠.

2. 비상구

가장 많이 기대했던 작품이었고, 소설 영화를 만나다에서 가장 많이 실망한 작품입니다. 분명 연기는 흠잡을데가 없었는데, 왜이렇게 지저분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볼때는 분명 더렵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 같은 느낌이었는데, 영화 비상구는 그저 진흙만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죄송한 말이지만 여자배우가 제가 생각했던 그 이미지가 아니더군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외모와 성격도 모두 마찬가지였죠. 더럽다는 것도 단순히 더럽다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느낌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너무 소설을 미화시켜서 보았는지도 모를 노릇이지요. 과연 그들은 비상구를 찾았을까요? 어디에나 비상구는 있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3. 번개와 춤을

소설 영화와 만나다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었습니다. 번개를 맞은 사람들의 모임. 그것을 찬양하는 사람들. 완전한 몰입 없이는 정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작품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과 다르게 너무 가볍게 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요상하고 특이한, 그러면서도 가벼운 분위기. 제가 생각한 그들과 조금 다른 느낌. 그러면서도 대사 하나, 행동 하나는 소설에 기반을 두고 풀어진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번개와춤을에서 나레이션을 집어 넣은 건 탁월한 선택이라 보입니다. 소설을 완벽하게 영화로만 풀어내기란 어렵거든요. 특히나 단편 소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영상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구요. 번개를 맞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상? 목적? 무의미? 전기처럼 찌릿 하고 이어지는 어떤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누군가와 누군가처럼, 이어진다는 것. 그것도 아주 짧지만 강렬하게.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아직 성공적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둔 작품이 영화화되어 성공한 케이스는 있어도 이런 내재되고 압축된 의미가 많은 단편소설이 영화로 담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구요. 그렇지만 김영하 소설을 통해, 문화적인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 같아 기대가 되는 심정입니다. the body, 비상구, 번개와춤을.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떻게 풀어질지 기대됩니다.


소설, 영화와 만나다 (2013)

6.8
감독
이상우, 박진성, 박진석, 이진우
출연
한주완, 유소현, 최덕문, 박혁권, 신동미
정보
| 한국 | 104 분 | 2013-11-21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Posted by 근처
: